가볼만한곳 Torrey Pines State Natural Reserve

Torrey Pines State Natural Reserve

봄을 느끼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아 망설이다가 시간을 내어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요즘은 COVID-19 확진자 수치가 많이 내려감에 따라 닫혔던 곳이 오픈하기 시작했고 활기찬 주변 분위기가 마음까지 밝게 해 주었다. 한동안 기분 전환하고자 나선 여행이 무거운 마음으로 되돌아왔는데 이번 여행은 약간의 기대감까지 더해졌다.
토리 파인 주립자연보호구역은 해변을 따라 길게 펼쳐진 하이킹 코스를 즐기며 자연을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독특한 절벽 지형을 활용한 글라이더 포트는 캘리포니아에서도 가장 멋진 해안선을 바라보며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서핑과 패러글라이딩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니 상상만 해도 멋진 경관이 펼쳐져있을 것 같았다.


토리 파인 주립자연보호구역은 해안가 옆을 끼고 있는 낮은 동산으로 토리 파인 소나무와 습지를 찾는 새들을 비롯해서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 풍경이 아름답고 고운 모래가 펼쳐져있는 해안가를 끼고 있다.
하이킹 코스는 약 30분에서 2시간 정도 코스로 선택할 수 있어서 편안한 시간과 여건으로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등산로마다 바다를 향한 뷰포인트가 설치되어있어 흰 파도가 물결치는 아름다운 해안과 함께 서핑이나 산책을 즐기는 사람과 해안을 유유히 헤엄치는 돌고래들도 볼 수 있다.

토리 파인 공원의 트레일들은 바다가 보이는 해안 경관이 아름답다. 많은 트레일 중 비치 트레일은 깨끗하고 잘 다듬어진 공원과 바다 경치가 한데 어우러져 여유 있고 낭만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방문자 센터에서 시작해 바닷가로 내려가는 루트이며 이 길 따라 공원을 벗어나 해변가로 나갈 수 있다. 시간 맞춰 썰물 때면 바닷물에 곱게 펼쳐진 모래위에서 하이킹도 가능하다. 여의치 않더라도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아 바라보는 바다가 풍경이 일품이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토리 파인 공원에 도착했는데, 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길을 따라 사람들이 줄지어 공원 입구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걷고 있는데 언젠가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났다.
마음이 시끄럽게 느껴질 때 무작정 걷는다고 했는데 슬픔이 가라앉고 화가 풀릴 때까지 하염없이 걷다가 감정 정리가 되면 걸음을 멈추고 걸어온 거리를 돌아보며 격정의 이유를 헤아린다고 했다.
심난한 뉴스만 가득한 요즘이야말로 친구의 방법대로 무작정 걷기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었다.
한동안 잊고 살다가 다시 찾아온 샌디에고 토리파인 공원 트레일을 무작정 걷고 또 걸었다.
캘리포니아가 멕시코 령에서 미국으로 넘어온 첫 해인 1850년 미국정부에서 파견해 국경 조사차 나온 찰스 C. 패리라는 사람이 그곳 소나무가 특이한 나무라는 것을 발견하고는 자기 친구이자 당시 권위 있는 식물학자였던 Torrey라는 사람의 이름을 따서 토리 파인이라고 명명했는데 이것이 현재의 공식명칭이 되었다고 한다.
토리 파인은 캘리포니아의 희귀 소나무 종으로 샌디에고 카운티의 토리 파인 주립자연보호구역과 바로 북쪽의 해안마을인 델마, 산타바버라 연안인 산타로사 섬과 샌미구엘 섬에서만 자라는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라고 한다.
서식지는 건조하고 모래가 많은 토양에서 천천히 자라는 식물 군집인 해안지역에서 있어 해안 바람에 노출된 나무는 종종 큰 분재를 닮은 아름다운 조각 모양으로 뒤틀리며 높이가 39 피트를 거의 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토리 파인의 씨앗은 새와 설치류가 먹는데 대부분의 소나무 종과 마찬가지로 씨앗에는 날개가 붙어 있지만 종이처럼 쉽게 부서지며 기능을 잃어 종자가 번식하는데 전적으로 동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희귀 소나무 토리 파인은 소나무 종자로 현재 약 1만 그루 밖에 없어 국가에서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비치 트레일에는 토리 파인 뿐 만 아니라 야생화, 양치류, 선인장 및 기타 토착 식물과 함께 서식하고 있다.
희귀한 토리 파인 소나무를 가까이 보니 한국의 소나무가 생각났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는 볼 때마다 늘 푸름이 믿음직하기도하고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사실 양지바른 곳에 곧게 자라는 소나무하면 늘 푸르다는 감상만 했다. 한국의 소나무와는 다르지만 이곳에서 바라본 토리 파인은 왠지 한국의 소나무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한국의 푸른 소나무와 다른 토리 파인 나무들이 희귀한 것은 사막 지역의 건조한 기후와 바다바람 때문에 나무들이 자라기에 쉽지 않기 때문이다. 힘든 조건에서 굳건히 살아나는 나무들처럼 꿋꿋하게 살아가야겠다고 토리 파인 나무들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해보았다.
토리 파인 나무를 배경으로 길지 않은 트레일을 내려오면서 멀리 펼쳐져 보이는 바다의 파도가 보이고 해변과 바다와의 아름다운 곳에서 저 멀리 서핑을 즐기는 영화 같은 한 장면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트레일 언덕 곳곳을 바라보니 길게 펼쳐진 해변 풍경에 반해서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이 보였다.
트레일은 가는 길이 복잡하지 않아서 따로 지도가 필요 없고 그냥 생각이 닿는 대로 발길 가는대로 걸으면 된다.
천천히 걷다가 팔을 앞뒤로 조금 흔들면서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어 보았다. 어느새 이마에 땀이 나고 숨이 찰 무렵 나무벤치를 발견한 후, 편히 앉았는데 발아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이런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바다로 내려가지 않았지만 미치고 싶은 세상에서 하루를 무던히 견뎌내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마음으로 사진에 담았다.
일상의 찌뿌둥함과 피로를 한 번에 날려준 트레킹 코스 토리 파인 주립 자연 보호구역에서 자연을 느껴보았는데 오후 내내 그리고 해가 질 무렵까지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 하면서 차창 밖 풍경으로 보이는 해변들은 신기하게도 머무는 곳마다 다른 모습과 다른 표정을 갖고 있는듯했다.
어느덧 해질 무렵이 되어 핑크빛으로 물든 그림 같은 하늘이 보이는 시간이 되어 돌아온 길을 향해 떠났다.
토리 파인 주립자연보호구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어둠이 내리고 밤으로 향하는 ‘리틀 이태리’ 거리를 걸어보았는데 전에도 몇 번 방문했던 곳이었지만 올 때마다 설레임이 가득한 것은 거리의 활기참 때문인 것 같았다.
COVID-19로 이곳도 타격이 있었던 흔적이 보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식당들이 거의 다 오픈했고 전보다 비즈니스가 많아진 느낌이 들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더욱 발전한 리틀 이태리는 레스토랑, 소매상점, 인테리어 소품상점, 아트 갤러리 및 고층 콘도로 구성된 작은 관광 커뮤니티이다.
리틀 이태리는 1920년대 이래로 안정적인 소수민족 비즈니스 및 거주 지역 사회였으며, 오늘날 샌디에고의 가장 오래된 비즈니스 지역을 대표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때, 6,000명 이상의 이탈리아 가정이 리틀 이태리에서 살았지만 리틀 이태리는 거의 30년 동안 쇠퇴했었다.
샌디에고에서 오랫동안 소수 민족 지역이었지만 그들만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지고 있었던 리틀 이태리는 재개발 덕분에 근처에는 새로운 식당, 상점, 야간열차가 있는 핫 한 지역으로 뜨기 시작했다. 특히 리틀 이태리는 맛집 뿐만 아니라 특히 수제맥주 전문점들, 전문상점, 부티크, 앤틱 샵 등 많은 볼거리 가 많다. 평일에도 저렴한 피자가게부터 힙스터 카페, 이탈리안 레스토랑 등 다양한 식당들이 있어 맛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밤에 걷는 길거리 풍경도 즐겁게 해주는데 늦은 시간까지 많은 식당들이 문을 열고 비교적 안전하게 보였다.
COVID-19 때문인지 길을 막아놓고 야외까지 테이블을 늘어놓아 밤에는 들뜬 느낌의 분위기가 흘러나오기도 했고, 많은 레스토랑과 바에서 와인이며 맥주며 시켜놓고 친구들, 연인들과 대화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마치 축제하는 길 같았지만 그렇게 소란스러운 곳은 아니다.
길을 걷는 내내 가까이에 있는 항구에서부터 기분 좋은 미풍이 불었고 다시 생각해도 즐거워지는 밤거리가 있는 재밌고 맛있는 곳, 리틀 이태리에서 삶을 다양하고 즐겁게 하는 Urban life를 느껴보았다.

글 : 유니스 홍, 사진 : 브라이언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