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만한곳 Santa Rosa

Santa Rosa

북가주 여행을 갈 때마다 마음을 들뜨게 하는 즐거움은 바로 서해안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난 1번 퍼시픽코스트 하이웨이를 달리는 기분인 것 같다.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사이를 잇는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는 웨스트 코스트의 활기찬 대도시부터 여유를 즐기기에 좋은 조용한 소도시까지 환상의 자연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져 태평양을 따라 달리며 잊을 수 없는 삶의 보너스 같은 추억을 만들어준다.
창밖에 보이는 풍경을 맘껏 즐기며 한참을 달려 저녁때 도착한 곳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리틀 이태리라 불리는 거리에 있는 유명한 맛 집이었다.
입구부터 안팎에 모두 자리가 없어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었는데 예약을 한 우리는 식당 직원이 안쪽에 자리가 있다고 안내해 주었다.
옐프에 리뷰가 너무 좋아 온라인에서 미리 봐둔 메뉴를 주문했는데 웨이츄레스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예약한 식당이 아니라고 했다. 알고 보니 통로를 함께 써서 가끔 그런 일이 있다고 했다.
자리를 옮겨볼까 했지만 이미 음료를 시킨 후라서 그냥 그 자리에서 식사하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어디를 가나 음식 맛이 좋은 것 같았다. 예약한 집이 아니라서 맛을 기대하지 않고 주문했는데 놀랄 정도로 맛이 좋았다.
신선하고 좋은 음식을 맛보며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식당가는 맛 집을 찾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활기차 보였다.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샌프란시스코의 야경을 잠시 감상하고 금문교를 지나 숙소가 있는 산타로사로 향했는데 북가주 여행은 언제 다시와도 피로를 잊게 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남겨주어서 이번 여행도 기대가되었다.

다음날 느지막하게 숙소를 나와 산타로사 거리를 걸어 보았는데 사람들이 유난히 붐비는 식당에서 발걸음이 멈추게 되었다.
식당 밖 야외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맛있게 브런치를 즐기고 있었는데 즐기는 음식이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음식들 같아 보였다. 호기심에 안으로 들어섰는데 지중해식 이스라엘 식당이라고 한다. 식당 안쪽에서는 빵을 만들기 위해 직접 반죽을 하는 모습이 보였고 구수한 음식 냄새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여행을 할 때마다 옐프의 리뷰를 보고 맛 집을 찾아 가는 편인데 가끔 예상보다 실망을 안겨 줄때도 있었다. 하지만 산타로사에서 우연히 지나가다 찾게 되었던 이스라엘 식당은 낮선 메뉴였지만 건강식 같아 보였고 음식의 맛도 힐링이 될 정도로 신선하고 맛이 좋았다. 특히 그곳에서 직접 구운 빵을 곁들어 먹으니까 더욱 맛의 느낌을 더해주었다.
여행지에서는 특별한 것들을 찾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거리에서 만난 맛 집 찾기가 여행의 재미를 더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만큼이나 다양한 맛 집 탐방으로 여행의 묘미를 더하는 것이 관광지의 기억이 남지만 그래도 역시 먹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았다. 기분 좋게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거리를 걸어 보았다.
산타로사에는 북가주를 방문할 때마다 들렀던 곳으로 다시 와도 정감 있고 새롭게 느껴졌다. 도시를 돌다 보면 산타로사의 상징이자 마스코트인 스누피의 캐릭터가 있는 조형물이 곳곳에 보였는데 산타 로사에서 거주했던 찰스 슐츠가 만화 피너츠에 영감을 주었던 도시를 느낄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스누피, 찰리 브라운, 우드스톡, 루시 등의 조형물을 또 다시 만나니까 반갑고 친근감 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오래된 앤틱 소품을 파는 가게들, 옷가게, 이발소, 식당 등, 밖에서 구경만 해도 즐거웠다.
산타로사는 이름처럼 사랑스런 작은 도시로 소노마 카운티 청사가 있는 행정, 산업중심 도시로 소노마 카운티는 프리미엄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로 유명한 나파 밸리와 함께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와인 컨트리로 알려져 있다.
지금처럼 자동차가 많지 않았던 시절 샌프란시스코 베이 인근 지역을 운행하는 증기 기차를 타고 다녔다고 하는데 산타로사 다운타운 한 곁엔 지금은 방문자 센타로 사용 되고 있는 작은 기차역사가 있는데 예전에는 규모가 상당했지만 지금은 단 두 줄의 철로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산타로사를 방문하기 전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뜻밖에 정보를 접하게 되었는데 산타로사가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다고 해서 더욱 관심이 깊어졌다. 하지만 지도에 명확한 위치를 찾기 힘들어 헤맸는데 우연히 Russian River Brewery 옆에 제주도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만날 수 있었다.
언젠가 맥주를 좋아하는 친구에게서 전해들었는데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 중 하나로 유명한 바로 그곳이었다.
Russian River Brewery에서 만드는 Pliny 맥주 순례길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산타로사에서 열광적인 사랑을 받는 맥주를 맛보러 갔는데 대낮부터 사람들이 야외테이블에 많이 보였다.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 서성이고 있었는데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한 아낙네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엄청 낮 익은 모습을 보며 뭐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옆 골목을 바라보았는데 제주를 상징하는 벽화가 보이고 길 이름도 JEJU WAY라고 되어있었다.
제주와 자매결연을 맺은듯했는데 산타로사에서 만난 제주도가 반갑게 느껴졌다. 그리고 제주를 사랑하는 산타로사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전 세계의 맥주 애호가들은 Russian River Brewery의 수제 맥주 Pliny the Elder 더블 IPA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고 했는데 매년 2월이면 한정판으로 출시되는 Pliny the Younger 트리플 IPA를 맛보기 위해 수천 명이 줄을 선다고 했다. 이번 방문에는 시즌이 아니라서 Pliny the Elder 더블 IPA를 친구들과 즐길 생각으로 구입했다.
소노마 카운티에는 와인으로만 유명한줄 알았는데 수제 맥주 골수팬들이 유난히 많아 보였다.
산타로사는 한국을 유난히 사랑하는 친한 인사들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로 산타로사 시와 한국 제주도와의 인연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장소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고 해서 다시 한국 제주도의 명물 돌하르방을 찾아 길을 걷고 있었는데 차들이 지나가는 길 건너에 반갑게 우뚝 서 있었다. 이 돌하르방은 지난 2003년 제주도 북제주군이 산타로사 시와 교류하면서 당시 군수였던 작고한 신철주 전 북제주군수가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산타로사 시당국은 고 신철주 군수가 기증한 돌하르방이 있는 시청 건물과 루터 버뱅크 공원 사이에 신 전 군수를 기리는 ‘신철주 벤치’를 만들었다고 한다.
산타로사의 돌하르방이 서있는 곳에 벤치에 그려진 한국인인물 그림이 바로 그 분이라고 생각했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산타로사에서 만난 제주 돌하르방이 그동안 한국의 명물인지 몰랐던 현지 주민들도 돌하르방의 유래를 알게 된 계기가 되었을 것 같았다.
제주가 아닌 산타로사에서 고국을 느끼며 잠시 머물다가 다시 다음 여행일정을 준비했다.


다음날 산타로사의 아침은 안개가 가득 머물러 있었다. 소노마 카운티 도시를 벗어나 포도밭이 펼쳐져있는 시골길을 따라 차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마음의 힐링이 되었다.
깊은 산속 어느 마을을 지나니까 치즈 공장처럼 보이는 건물이 보였다.
소들뿐만 아니라 오리와 닭들이 시골의 정취를 보여 주었는데 비포장 진흙길 마당에서 내려 건물 안쪽에 노크를 하니까 매우 순박하게 생긴 직원이 반갑게 안내해 주었다.
치즈를 직접 만드는 곳인 듯 건물안쪽부터 숙성된 치즈 냄새가 풍겨왔다. 치즈가 가득 쌓여있는 건물 내부를 친절하게 보여주고 치즈 테이스팅을 할 수 있게 몇 조각을 주었다.
스패니쉬로 말하는 직원이었지만 짧은 영어 단어로 소통하며 사진도 찍고, 치즈도 몇 가지 샀는데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기분도 좋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돌아 나오는 길이 진흙탕이라서 차가 더러워졌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그렇게 시골에 작은 농가에서 보낸 짧은 시간을 보내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치즈 트레일은 전통 와인 트레일과 매우 흡사하며 소노마 카운티 시골 외곽 지역을 여행하며 치즈 맛을 느낄 수 있고 트레일을 따라 현지 치즈 제조사를 만나고 치즈 제조 방법 및 치즈 자체의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소노마 카운티의 광활한 시골 지역에 위치한 소노마 치즈 트레일은 푸른 목초지, 참나무와 떡갈나무로 덮인 언덕, 레드우드 나무의 좁은 협곡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곳은 목초를 먹고 자란 지역의 소, 염소, 양으로 소량의 독특한 치즈를 만드는 농장과 치즈, 요구르트 및 기타 유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 지역에서도 풍부하게 생산되는 와인과 마찬가지로 치즈는 지역의 토양, 기후, 습도 및 환경의 풍미를 반영하고 소노마 카운티의 푸른 초목은 가장 달콤한 우유를 생산하는데 기여한다고 한다.
몇 년 전 치즈 트레일을 방문했을 때 기억을 더듬어 마린 프렌치 치즈 컴퍼니를 다시 찾았는데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요즘 시국에 방문객이 예전처럼 많지는 않았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장인들이 치즈를 손으로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상점에서 다양한 치즈와 빵, 크래커, 샌드위치, 쿠키를 구입할 수 있으며 오리들이 노는 연못 옆 피크닉 테이블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
Sonoma Cheese Trail에는 1년 내내 일반에게 개방되는 크림 가게와 4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또는 예약 시 투어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일부에는 치즈 만들기 수업, 치즈 시음 또는 피크닉 장소가 있다,
치즈 트레일을 방문하고자하는 여행객은 CheeseTrail.org 과 다양한 앱 스토어에서 캘리포니아 치즈 트레일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여러 곳에 치즈트레일 지도에 있는 장소를 일정상 모두 방문할 수 없었는데 페탈루마 강을 따라 아름답게 개조된 100년 된 건물에 있는 많은 부티크와 카페에서 불과 0.5마일 거리에 있는 페탈루마 크리머리를 어렵게 찾았는데 예약만 받아서 치즈 농장 주변만 돌아 나왔다.
100여 년 전에 시작된 크리머리는 다른 지역 장인 치즈 제조 회사보다 규모가 더 크고 다양한 천연 및 유기농 체다 치즈와 잭스 플러스 커드, 버터, 사워크림을 만들고 판매한다고 한다.
아름다운 페탈루마 마을을 돌아 나오면서 아직 겨울철이라 봄기운은 없었지만 주변 풍경은 아마도 봄에 야생화가 펼쳐져있다.
아침부터 짙은 안개가 여행을 우울하게 시작할까봐 걱정했는데, 소노마 카운티 치즈 트레일을 지나면서 맑은 공기 넘어 밝은 하늘이 반전의 하루를 보내게 해주었다.
소노마 카운티의 푸른 초원을 바라보고 소박한 현지인처럼 즐겼던 여행에서 삶의 정화 작용을 마음껏 느끼고 돌아왔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새로운 냄새, 소리, 색깔, 향기는 치유 작용과 유사한 강력한 정화의 효능을 갖고 있는 것이 여행의 힘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여행도 변화하는 것 같다. 이제 팬데믹 이전과 똑같이 살지는 못할 것 같지만 팬데믹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가 서서히 시작된 지금, 팬데믹이 만든 고립감과 소외감을 치유하고 다시 희망을 전달하기 위한 여행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