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만한곳 EGYPT Part 1

EGYPT Part 1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인생 버킷리스트 여행지인 이집트에 다녀왔다.
여행하기 까다로운 곳이고 아직 끝나지 않은 팬데믹 시기이지만 각국의 규제가 풀리고 있고 여행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할 무렵 용기를 내어 출발했다.
설레는 이집트 여행을 시작하는 날 일을 분주하게 마무리하고 시간이 없을 것 같아 몇 달 동안 조금씩 미리 준비해온 여행준비물을 챙겨 LAX에서 저녁 비행기에 탑승했다. 우선 독일 뮌헨에 도착해서 6시간 기다리다가 다시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이집트행 비행기를 탔다. 작년에 구입한 비행기티켓을 코로나 때문에 몇 번을 연기해서 겨우 상황이 나아짐에 따라 이집트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2번의 환승 후 26시간 가까이 지난다음 카이로 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2시가 다 되었다. 새벽이 되어서 그런지 공항은 비교적 한산했는데 환전소에서 이집트 화폐로 환전하고 심카드를 구입했다. 밖으로 나와 보니 짙은 어둠속에서 미리 예약한 호텔직원이 차를 대기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카이로 공항에서 숙소까지 약 1시간 거리를 달리는데 피곤함과 지친 여정에서 아무생각 없이 창밖에 카이로 풍경을 바라보았는데 잠이 확 깰 정도로 깊은 충격에 빠졌다.


유튜브나 인터넷에서 보았던 풍경보다 실제 거리와 건물이 너무나 열악하고 하이웨이 같은 대로를 사람들이 아무런 두려움 없이 한 밤중에 무단으로 건너고 눈만 보이는 검은 천으로 가린 모습의 여인들이 곳곳에 스쳐 지나갔는데 주변 고층건물이 대부분 너무나 낡고 공사가 중단된 것 같은 철재 구조물이 보이는 건물도 무턱 많이 보였다. 이미 각오를 하고 떠나긴 했는데 시작부터 생각보다 힘든 여행이 될 것 같아 조금 두려운 마음까지 들었다.
도착한 숙소는 피라미드를 아주 가까이 바라볼 수 있다고 해서 예약한 작은 호텔로 관광지 같지 않은 현지인들이 주로 사는 마을 한가운데 있었다.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호텔 주인까지 나와서 방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고 대체로 서비스가 좋았는데 피라미드를 방에서 바로 바라볼 수 있어서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피라미드를 바로 볼 수 있다는 것 빼놓고 너무나 시설이 열악해 보이고 청소도 안 되어있었다. 더욱이 밖에서 들려오는 개싸움 소리가 마을에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창밖을 내다보니 달빛 아래 공터에서 수십 마리의 개들이 치열하게 으르렁 거리고 싸우고 있었다. 호텔 리뷰에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었다는 리뷰가 무슨 뜻 인지 그제야 알게 되었다. 소음만 없어도 힘들더라도 잘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새벽에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없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피라미드를 바라보며 해떠오를 시간을 기다리다가 잠깐 잠이 들었는데 다시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피라미드위로 아침하늘이 밝아오고 있었는데 숙소 밖 풍경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공터에서 쓰레기를 뒤지는 말이 소리를 지르며 지나가고 커다란 광주리를 이고 가는 아낙네가 쓰레기에서 뭔가를 담아가는 모습 그리고 조금 지나니까 낙타 무리들을 이끌고 가는 사람… 밖에서 보여주는 풍경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피라미드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작은방에 서 있었던 것이다. 잠도 설치고 일어나 멍하니 있었는데 아침이 되자 숙소 직원이 옥상에 브런치를 차려 놓았다고 했다. 계란부침, 가지튀김, 병아리 콩, 빵 등 이집트식 아침은 너무나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인 것 같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먹어두었다. 옥상에서 보이는 한낮의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밤잠을 설쳤지만 이집트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점점 실감이 났다.


중동지역인 이집트의 한낮의 햇살은 너무나 따가웠다. 캘리포니아의 햇살과 비교가 안될 만큼 강렬했다. 먼지에 뒤덮여있고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를 에어컨을 틀기 싫어 밖으로 나가서 동네 한 바퀴를 돌아다녔다. 과일가게, 잡화점, 빵공장, 야채가게, 식당 등등 마치 오랜 필름으로 된 장면처럼 이집트 사람들과 함께 섞여 거리를 걸어보았는데 몸과 마음은 지쳤지만 문화적 충격이 많은 이집트에서의 첫 아침을 맞으며 여행의 기대를 안고 걸어 다녔다. 마을구경을 한 후에 숙소로 다시 돌아와 하루를 더 버텨야하는데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으로 각오는 했지만 열약한 호텔 환경 때문에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오후에 하루 예약을 버리고 체크아웃하고 첫 번째 숙소에서 간신히 벗어나 나일강 주변 관광지에 비교적 시설이 좋은 호텔로 이동했는데 다음날 첫 투어를 위해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이집트 여행은 시작부터 라마단이라는 색다른 문화를 만나게 되었다. 라마단 기간 중 이슬람국가의 밤거리는 모스크 주변과 집들을 비추는 형형색색의 등불로 빛나고, 관광객들은 전통적인 장식, 평소와 다른 생활 패턴 등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라마단 기간에는 이슬람교도들에게 절제가 요구되기 때문에 일출에서 일몰까지 식사, 흡연뿐 아니라 물을 마시는 것도 금지되며 죄를 짓는 행위 또한 금지된다고 한다. 무더운 중동 땅에서 낮 동안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않는 것은 비효율적으로 보이고 고문에 가까운 일일 것 같은데 이집트 사람들은 늘 돌아오는 명절처럼 당연하게 라마단 기간을 보낸다고 한다. 카페나 쇼핑몰들은 반짝이는 전구와 라마단의 상징인 ‘초승달’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고 한다. 그들의 초승달은 신이 인생을 가이드해주는 상징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방인인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금식보다 라마단을 지키는 이집트인들을 기억하게 될 것 같았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투어는 피라미드 투어로 알았는데 이집션 가이드는 야외 박물관인 멤피스 박물관을 도착했다. 멤피스 박물관에는 그 유명한 파라오인 Ramses 2세의 거대 석상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람세스 2세는 약 3200년 전에 66년 동안 이집트를 통치한 강력한 군주로 아부심벨 신전도 건축했고, 가나안에서 수단까지 침공한 강력한 군주이다. 람세스 2세의 두 개의 석상이 발견되었는데 하나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멤피스 박물관에 그대로 보존되어있고 또 하나는 카이로 국립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가이드의 안내를 들으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거대 석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석상은 1821년 발견 당시 범람한 강가에서 엎어진 채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마치 거인 나라에 있는 듯 거대한 석상을 돌아보니까 팔찌 부분에 어느 시대 파라오인지 상형 문자로 설명이 새겨져 있다고 가이드가 알려주었다. 단단한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석상이 많이 회손 되지 않고 섬세한 부분까지 볼 수 있었는데 물속에 잠겨 있던 전면 부분은 수천 년이 지났는데도 깨끗하고 완벽한 모습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거대한 석상 전체를 보기위해 2층으로 올라가 다양한 각도로 보았는데 당시의 규모가 대단한 유물이라고 감탄했다. 박물관 밖에 야외 전시장에도 너무나 많은 유적들을 볼 수 있었는데 박물관이 있는 그곳이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지만 고대 이집트 왕국 시대에는 수도로 번창 했던 곳이었다고 한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유물들을 봤는데 귀한 유물들이 너무나 많아 나중엔 감동이 사라질까 두렵기도 했다. 이집트 사람들은 살짝 땅만 파도 아직도 유적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너무나 많은 유물들을 그리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조금 무성의하게 그냥 돌만 살짝 올려놓은 것처럼 성의 없게 전시된 유물도 보였다. 정말 이런 표현이 심한지 모르겠지만 남아도는 유적들이 많아 보였다.
다음 목적지 가는 길에 이집트의 태피스트리(tapestry-색실을 짜 넣어 그림을 표현하는 직물공예) 직물 공예학교에 방문했는데 학교 관계자가 열심히 설명과 함께 안내를 해주었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직조하는 이집트 현지 학생들이 직물을 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태피스트리의 예술은 고대, 특히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가는 매우 오래된 예술인데, 고고학자들은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태피스트리 조각을 발견했고, 고대의 많은 자료들에서 그리스와 로마에 이르기까지 태피스트리의 기록이 남아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예학교를 나와 또다시 어딘지 모르는 장소로 이동했는데 이집트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뿌연 먼지마저도 분위기 있어 보이는 비포장도로와 당나귀를 타고 가는 사람들, 낡은 흙벽돌로 쌓은 집과 야자수, 농경지 등 전원적인 풍경이 마음을 평온하게 해 주었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돌아 다녀서 점심식사 때가 지났다. 하지만 라마단 기간이라 물조차 먹지 못하는 가이드와 운전사를 보니까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얼마 후 가이드가 다음 코스로 안내 했다. 이집트에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피라미드가 있는데 그중에서 사카라 지역의 조세르 왕의 계단식 피라미드가 유명하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초기의 피라미드는 단층으로 된 무덤이었으나, 후에 계단식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주변을 돌아보니 여러 마리의 코브라 형상이 있는 곳이 보였는데 파라오의 상징 코브라가 계단식 피라미드를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눈을 돌리면 이곳저곳 유적이 많아 보였는데 가이드는 이곳에는 아직 발굴하지 않은 유적지가 많고 지금도 발굴 중이라고 한다.
가이드의 안내를 들으며 피라미드 안쪽으로 들어서니까 고대 이집트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표현한 벽화를 볼 수 있었는데 벽화에 새겨진 그림들을 자세히 보면서 그 시절을 연상케 하는 많은 상상을 즐길 수 있어 흥미로웠다. 사막을 걸으며 보이는 것들은 곳곳에 흩어진 아직도 방치된 채로 이름 모를 6-7천 년 전의 유적 중 대략 4700년 전 이집트 3대 왕조 파라오중 하나인 조세르 시대에 건설된 대규모 계단식 피라미드를 만나게 되었다. 조세르는 이집트 고대 왕국의 3대 왕조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왕으로 피라미드에 대한 거대한 계획이 그의 생애에서 실현될 수 있을 정도로 오랜 통치를 했다고 한다. 또한 그의 피라미드는 돌로 만들어진 최초의 기념비적 구조물이라고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국왕의 영혼을 제사했던 곳으로 파라오의 영원한 생명에 대하여 공양의식을 올렸던 곳이라고 한다. 건물외부가 요즘 시대의 컨템포러리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수천 년 전 건축된 건물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멋있는 건축물로 보였다. 안으로 들어서면 돌기둥 사이를 걷고 느끼고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그곳을 나와 걷는 사막길이 너무나 뜨겁고 힘들게 느껴졌는데 저 멀리 낙타 아래서 그늘을 만들어 잠시나마 쉬고 있는 이집트인이 보였는데 피라미드가 있는 사막에서는 눈으로 보이는 모든 장면이 멋있었다.
다시 차로 이동해서 파피루스 파는 가게에 잠시 들러 휴식 겸 쇼핑을 하고 드디어 피라미드가 있는 기자지구로 이동했다. 이집트에 도착해서 호텔에서 보았던 피라미드가 눈앞에 점점 다가왔는데 한 없이 넓은 언덕위에 마치 산처럼 삼각뿔이 높게 솟아있는 조형물 같아 보였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4각으로 된 수많은 돌들이 거대한 석벽으로 쌓여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거대한 돌 위로 올라가서 걸어가 보다가 직접 그 아래에서 서서 바라보니 고개를 바짝 쳐들어야 피라미드의 끝부분을 볼 수 있었는데 그 크기에 압도당해 입을 딱 벌리고 한참을 넋이 나간 사람처럼 바라보았다. 그런 거대한 건축물이 옛날의 인간의 손으로 만들었다는 자체가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고 신기하고 왜 세계 7대 불가사의한 건축물이었는지 절로 느끼게 해주었고 죽기 전에 꼭 가볼만한 유적이라는 것을 느끼고 왔다.
피라미드에서 가까이 사진을 찍으면 너무나 거대해서 사진이 안 잡혔다. 대부분 가까이 찍은 사진은 피라미드 전체모습이 다 담겨져 있지 않고 잘린 모습으로 보였다. 좀 더 좋은 스팟에서 멀리서 파노라마로 피라미드를 가이드가 찍어 주었는데 너무 귀한 인생 샷이 되었다. 그리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피라미드의 내부도 들어가 보았는데 무덤 내실까지 돌벽으로 된 좁은 통로를 한참 몸을 구부리고 내려가야 했다. 서늘하고 어두운 피라미드 내부는 텅 빈 상태로 있었는데 왠지 미지의 세계에서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마치 탐험을 끝내고 나온 것 같은 기분을 내고 밖으로 나와 뜨거운 사막 길을 이동해서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유명한 스핑크스 앞에서도 멋진 사진을 남겼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 중에 문명의 발상지에서 아직도 파라오를 지키고 있는 늠름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내 인생의 감동 중에 하나였다.


여러 개의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낙타를 타고 한 바퀴 이동해 보았는데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 그 시대를 생각하면서 그곳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무게는 이집트의 어느 유적지 보다 깊고 엄숙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잘 모르기 때문에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피라미드의 넘치는 매력을 직접 봤을 때에 벅참과 감동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글 : 유니스 홍, 사진: 브라이언 홍 valley_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