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만한곳 청와대 & 임진각

청와대 & 임진각

청와대를 개방한지 수개월이 지났으니 이제 사람이 적어져서 구경하기 수월 하겠다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정을 맞춰 미리 예약해 보려하는데 그때마다 예약이 마감되어서 다음 달로 넘어왔다. 청와대 개방이후 한국방문시기쯤에 청와대 관람객이 무려 2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하는데, 비교적 단기간에 엄청난 인원이 방문한 셈이다. 그만큼 청와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다행히 방문일정에 차질 없이 원하는 날에 예약이 되었다.


한국에 도착한 후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일정으로 청와대에 방문 길에 나섰다. 청와대 방문 때 엄마를 모시고 갈 예정인데 이전보다 쇠약해지시고 걷기가 불편하셔서 그런지 엄마는 함께 갈 엄두를 내시지 못해 갈지 말지를 고민하시고 계셨다. 하지만 청와대 예약 웹사이트에 노약자를 위한 휠체어 대여가 있다고 해서 엄마에게 함께 가실 것을 설득했다. 모처럼 딸이 먼 곳에서 와서 함께 청와대 방문 나들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를 두시며 마지못해 함께 가시기로 약속했다. 청와대 방문 시간을 사람들이 비교적 붐비지 않은 평일 오전 일찌감치 예약해두어서 이른 아침 서둘러 출발했다. 거동이 불편하신 엄마를 위해 동생이 휴무를 하고 차로 모셔다 드리기로 했다. 청와대 인근은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엄마와 나를 청와대 입구에 내려주고 청와대 관람이 끝날 무렵 모시러오기로 약속하고 청와대 입구에 들어섰다. 비교적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청와대로 입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무궁화동산 쪽에 관광버스 차량이 줄지어 정차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방에서 청와대를 관람하러 온 분들도 꽤 많은 것 같았다. 그분들에겐 이제 청와대가 서울의 관광명소가 되어 있었다.
청와대 관람 시 입장 가능한 문은 정문, 영빈문, 춘추문 등 총 3곳으로 각자 도착한 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한데, 우리는 본관으로 먼저 가기위해 정문으로 입장하기로 했다. 휠체어 대여소는 여러 곳에 있는데 휠체어나 유모차를 대여해서 청와대 관람을 마친 뒤 대여 장소에 반납하면 된다. 가까운 휠체어 대여소에서 휠체어를 가지고 엄마가 기다리시는 곳으로 가니까 엄마가 환한 미소로 손짓하셨다. 엄마를 태우고 본격적인 청와대 관람에 나섰다. 청와대를 들어서는 본관과 영빈관으로 입장하기 전 휴대전화로 수신한 입장 바코드를 보여주고 먼저 푸른 기와로 된 본관으로 향했다. 본관의 실내를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사람들이 밀려드는 본관은 청와대의 중심 건물인데, 대통령이 집무를 보면서 외빈 접견 등을 위한 장소이며 1991년 전통 궁궐 건축 양식을 바탕으로 신축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형미가 돋보인다. 본관은 전통 목조구조와 궁궐 건축양식을 기본으로 한 청기와의 모습이 격조 높고 아름다운 한식 건축물로 보였다. 안으로 들어서니 휠체어가 진입할 수 없는 구간이 있어 자세히 관람할 수 없어 아쉽기는 했지만 영부인이 사용했던 공간인 무궁화실에 역대 영부인들의 사진이 걸려있는 곳 등 몇 몇 곳을 밖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영빈관의 샹들리에가 인상 깊었는데 그 곳을 배경으로 엄마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는데 엄마가 무척 좋아하시는 사진이라서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넣어드렸다. 팔순이 넘으신 엄마 세대는 우리보다 더 많은 대통령을 뽑았던 세대라서 그런지 청와대에 관심이 더 많으신 것 같았다. 생각보다 많은 인파속에서 엄마는 청와대에서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곳곳을 살피면서 관람하셨다. 본관의 출입구를 중심으로 해서 좌측은 들어오는 줄, 우측은 나가는 줄로 설정해 들고 나는 사람들이 마주치지 않도록 했다. 1층에서 시작해서 2층까지 둘러보는 관람객들은 집무실 곳곳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휠체어를 타신 엄마는 “우리는 계단으로 올라갈 수 없으니 1층만 구경하고 나가자”라고 하셨는데 휠체어를 이용하는 관람객은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별로 이동할 수 있었다. 74년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청와대는 영빈관, 본관, 관저, 춘추관 등 주요 건물의 내부가 공개되면서 보다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공개된 건물 내부에서도 촬영이 가능해 청와대 방문을 인증하기 위한 특별한 포토존도 마련돼 있었다.
다시 밖으로 나와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거닐었는데 청와대는 특히 조경이 너무 잘 되어있었다. 엄마는 잘 가꾸어진 멋진 나무들을 바라보며 감탄을 하셨다. 휠체어에 모신 엄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데 우리의 모습이 다정다감했는지 주변의 몇몇 사람들이 보기 좋다고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의 손짓으로 답해드렸다. 미국과는 다르게 그 날 많은 인파 속에서 휠체어로 청와대를 관람하시는 분들이 한 분도 보이지 않았다.


휠체어로 오르기 조금 힘들게 느껴지는 언덕을 오른 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의 거주 공간인 대통령 관저가 보였다. 대통령 관저는 바깥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관저를 둘러보신 엄마는 “관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네. 대통령 내외가 지내던 생활공간이었으니 기업 모임이나 해외에서 온 손님들이 묵어갈 수 있는 숙소로 제공하면 좋을 것 같아”라고 말씀하신다. 생활공간인 본채와 접견행사 공간인 별채는 한국 전통 양식의 뜰과 사랑채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규모가 비교적 컷는데 상춘재는 국내외 귀빈에게 한국의 전통 가옥 양식을 소개하거나 의전 행사, 비공식 회의 등을 진행했던 장소라고 했다.
상춘재 다음으로 녹지원로 이동했다. 그 곳은 청와대 경내에서 특히 아름다운 정원인데 20여 종의 나무와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식수를 볼 수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푸른 하늘 사이로 곳곳에 구름이 많이 보였다. 드넓은 잔디에 ‘청와대 국민 품으로’라는 조형물이 보였다. 그 앞으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이름만 들어도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청와대가 이제 누구나 갈 수 있는 친근한 국민명소가 된 것 같아 보였다.
어딜 가나 멋진 조경과 아름다운 한국의 건축미와 넓은 규모를 관람하면서 감탄하시며 생전에 청와대를 구경할 수 있었다니 그저 꿈만 같다고 말씀하신 엄마, 멀리서 찾아온 딸 덕분에 호강했다면서 연실 흐뭇해하시던 엄마의 웃는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는데, 정치와 이념을 떠나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한 번쯤 한국 방문 시 가볼 만한 곳인 역사의 현장 청와대는 서울의 핫한 명소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바로 그 곳을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보람 있었고, 엄마와 함께 했던 시간이 행복했고 효도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들이 어김없이 지나고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는데 엄마가 사시는 곳 인근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한국은 방문할 때마다 새로워진 느낌을 갖게 하는데 주변에 멋진 건물이 생겨나는 것 같았다. 카페에서 친구와 맛있는 빵을 곁들여 커피를 즐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드라이브를 했다. 차창 밖 풍경을 머릿속에 담고 귀한 추억의 시간을 음미하니까 친구가 안내한 장소에 도착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언덕에 조형물들이 보이고 드넓은 공간을 바라보니까 마음까지 시원했다. 차에서 내린 장소는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이었는데 몇 년 전 한국방문 때 모습과 너무 다른 풍경이었다. 경기도 파주 임진각을 오랜만에 찾았다. 파주 임진각을 찾을 때마다 마음이 좀 무겁게 느껴졌었는데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6.25때 이북에 두고 오신 가족들을 그리워하시며 찾았던 그곳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러기에 임진각은 분단조국의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다.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었던 그곳에 테마공원처럼 꾸며져 있어 사진 찍기 좋았다. 가족과 함께 아이가 연을 날리고, 바람을 맞으며 걷는 연인 그리고 친구들과 걷는 우리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들어선듯했다. 멀리서 보이는 대형 잔디 언덕에 드넓은 벽이 가까이 다가서 보니까 여러 조각의 종이가 흩날리는 모습은 그냥 세워진 조형물이 아닌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것 같았다. 커다란 군상 그리고 바람의 언덕으로 올라가 보니 예쁜 바람개비들이 잔디밭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보니 통일을 위한 민족의 바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언덕 위로 올라가 보니 전체적인 풍경을 조망할 수 있었는데 바람이 불때마다 돌아가던 바람개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여기 저기 사진 찍는 사람들이 보였다.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전쟁의 아픔과 평화롭게 하루를 보내는 일상을 동시에 보여주는 곳 같았다.
평화누리공원에서는 다양한 조형물들이 눈길을 끄는데 주로 평화와 통일을 상징하는 작품이 많았다. 연못에 수도꼭지 모양의 작품이 보였는데 처음에는 뜬금없이 왠 수도꼭지를 상징했을까 궁금했는데 알아보니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 서해로 흐르듯이 분단된 우리 민족이 화합했으면 하는 바램을 담은 작품이라고 한다. 수도꼭지 조형물 인근 오른쪽 방향에 건물은 카페인데 거대한 레드 핀 조형물이 독특해 보였는데, 작품에 의미는 분단에서 통일로 평화의 핀을 고정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리고 철근과 나무를 이용해서 만든 듯한 크기가 다른 사람 모양의 거대한 조형물이 보였는데 통일을 향한 나지막하지만 강렬한 호소를 형상화 한 작품으로 대나무는 민족의 수난과 분단의 상처를 표현한 것으로 북쪽으로 향하고 있는 점진적인 크기의 인물상은 통일을 향한 염원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작품마다 그 의미를 되새기며 걸으니까 마음이 숙연해졌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2005년 세계평화축전 때 만들어졌다고 했다. 분단과 냉전의 상징이었던 임진각을 화해와 상생, 평화와 통일의 상징으로 전환하고자 만들었다고 했는데 공원 곳곳에 만들어진 조형물과 그곳을 찾은 이들의 모습은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 같았다.
평화의 바람이 머무는 곳, 어제의 기억과 내일의 희망이 만나는 곳, 드넓은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펼쳐져 있는 잔디밭에서 마구 뛰어다니고 싶은 충동이 느껴져 친구들과 동심으로 돌아가 뛰놀기도 했고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으며 오랜만에 활짝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멀리서 비치는 무언가가 마음을 두들길 때 다시 꺼내본 사진들과 추억들이 감사의 마음을 가득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