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다람쥐 사재기 (글: 글렌데일 그레이스 교회 담임목사 정광욱 )

다람쥐 사재기 (글: 글렌데일 그레이스 교회 담임목사 정광욱 )

오래전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일이다.
하루 시간을 낼 수 있어서 어디를 갈까 하다가 설악산 오색을 다녀오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아침 일찍 떠났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천천히 산을 올랐다. 어린 아이에다 강아지까지 동반한 대식구여서 서두를 수가 없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들어서는 초엽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시기였다.
쉬엄쉬엄 올라가다 조그만 다람쥐를 만났다. 다람쥐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크기가 줄어 드는 듯했다. 오색에서 만난 다람쥐는 사이즈가 작은데다 초봄이니까 더 왜소했다. 작은 생물이 사람을 보면 도망가야 당연한데, 도망가지 않고 계속해서 주변을 맴돈다. 작은 바위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 어깨에 있는 가방을 잠시 내려놓았다. 물도 마시고 간식을 좀 먹을까 하고. 초코파이를 먹으려고 하는데 앞 바위 위에 올라 앉아 있는 다람쥐가 신경이 쓰였다. 혹시나 하고 조금 떼어서 바위 반대편에다 놓았다. 아니다 다를까 다람쥐가 그것을 양손으로 쥐고 받아먹는다. 신기하게 생각하는 아이가 자기 것도 조금 떼어 더 가까이 놓았다. 그것도 얼른 먹었다. 호기심이 나서 너도 나도 번갈아 가며 초코파이 조각을 다람쥐에게 주었다. 몇 번 받아먹는 다람쥐가 어느 순간 조각을 입에 물고 사라져 버렸다. 사이즈가 작으니까 이제 배가 불렀나 보다 했는데, 금세 돌아왔다. 한 마리를 더 데리고. 어 다시 왔네 하면서 가지고 있던 넛츠를 하나 건냈다. 얼른 받아 볼에 넣더니 어디론가 간다. 두 마리 다람쥐가 번갈아 가며 넛츠를 받아서는 어딘가 다녀온다. 저렇게 작은 녀석들이 먹는 량이 엄청나구나 생각하며 산행을 다시 시작했다. 가다가 산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났다. ‘아니 다람쥐들이 먹는 량이 엄청나네요. 겨울에 먹을 것이 없어서 굶주렸나 봐요.’했더니, 그 아저씨가 ‘그건 다람쥐들이 먹는 게 아니예요.’했다. ‘그럼 그 많은 걸 다 어떻게 했을까요’ 물었더니, 가져가서 한 곳에 저장해 둔다고 한다. 산에서 일하다 보면 바위 밑 다람쥐들의 저장고를 가끔 발견하는데, 그 안에 음식부터 별것이 다 있다고 한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사실은 다람쥐들은 물어다 저장하지만 금세 그걸 어디 두었는지 잊어버린다고 한다. 그 지역에 또 땅굴을 파고 사는 다른 종류의 쥐가 있는데, 다람쥐들이 열심히 물어다 모아 놓은 음식들을 그 쥐들이 발견하고 다 먹는다고 했다.
바이러스 시즌에 사재기가 유행했다. 병물과 화장지, 계란과 저장 식품들, 그리고 최근에는 쇠고기 돼지고기 심지어 닭고기까지 값이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고 긴 줄을 서서 사갔다. 최근에 일어나는 일뿐 아니다. 각자의 집에 사 모은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지. 집 차고에 자동차를 세울 공간이 없다.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차고에 자동차가 없다. 죄다 방으로 리모델해서 사람이 산다. 이곳에도 마찬가지이다. 차고에는 자동차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사용하지 않는 가구를 비롯한 뭐가 있는지도 모를 물건으로 가득차 있다. 어느 날 정리해 보면 보물 창고가 되어 있을 것이다. 가지고 싶은 건 많지만, 필요한 시기에 꼭 필요한 만큼 사는 것도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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