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만한곳 가볼만한곳 (Ephesus & Istanbul)

가볼만한곳 (Ephesus & Istanbul)

아테네에서 하루를 보내고 일정대로 오후에 크루즈를 탔다. 그리고 밤새 떠난 배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튀르키예(터키)에 도착했다.
발코니에서 바라본 아침 풍경은 안개가 펼쳐졌는데 작은 항구도시에 희미하게 비취는 불빛들이 평화스럽게 보였다.
배가 항구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선명하게 도시가 펼쳐져 있었고 알록달록 예쁘게 칠해져있는 건물 사이로 커다랗게 KUSADASI 라고 쓰인 글씨가 보였고 아늑한 항구도시의 매력을 그윽하게 느낄 수 있었다.
쿠사다시는 터키 서부 해안 에게해에 위치한 아름다운 작은 항구 도시로 멋진 해변, 역사적인 랜드 마크, 활기찬 나이트라이프로 유명하다고 한다. 쿠사다시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풍부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로마제국 기간 동안 중요한 무역중심지로 알려졌다.
튀르키예(터키)는 오래전부터 가고픈 나라였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는데 동지중해 크루즈여행 중에 일정이 있어 기대가 많았다. 게다가 성경에도 나오는 에페소를 갈 수 있다고 해서 설레었다.


아침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배에서 내려 간단한 입국심사 후 택시를 타고 약 1시간 가까이 드넓은 벌판을 지나 초록이 깊은 높은 산에 오르며 어디론가에서 내렸다. 가는 동안 택시 기사 아저씨가 친절하게 주변을 가리키며 열심히 안내해 주었는데 주변 풍경을 구경하느라 그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드디어 에페소에 도착한 곳에 입구는 관광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가게들이 보였는데 상인들의 호객행위는 있었지만 이집트 상인들과는 달리 선을 넘지 않았다. 매표소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기둥만 남은 건물들이 보였고, 한때는 웅장한 건물들이었을 텐데 오랜 시간을 지나 기둥만 남은 그곳에서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남겼다.


터키 서부에 위치한 고대 도시인 에페소는 터키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인데 이 고대 도시는 한때 분주한 항구 도시이자 고대 세계의 문화와 상업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오늘날은 잘 보존된 고고학 유적지이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전 세계에서 많은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고 기원전부터 번성했던 고대도시로 로마제국의 4대 도시 중 하나였으며 실크로드의 종착지였고 초대 기독교 역사와 밀접한 도시다.
예수님이 돌아가신 후, 사도 요한이 성모 마리아를 모시고 이곳저곳 다녔고 전도 여행 중에 이곳 에페소에 오래 머물러서 이곳에는 사도 요한 교회의 흔적도 남아있었다.
예수님의 가장 사랑을 받았던 사도 요한의 비석도 보였다. 입구에서 바라본 고대 에페소 상공회의소 자리, 돌무더기처럼 보였지만 정면 왼쪽으로 내려가니까 당시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건물들을 볼 수 있었다. 에페소에서 곳곳 풍경은 널려있는 기둥과 유적지 흔적이 보이는 돌덩이들만 보였는데 그곳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돌덩이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 졸고 있는 고양이가 보여서 사진에 담아 비교해 보니 재미있었다.
중앙 도로의 시작을 알리는 헤라클레스의 문도 있었는데 기념문은 당시 귀족과 평민의 경계성으로 귀족은 위쪽에서 평민은 아래쪽에서 지냈다고 한다.


황제의 신전 우물터를 지나 이어서 나타나는 신전이 보였는데 유난히도 아름다움이 돋보인 중앙 도로에서 가장 눈길이 갔다. 그리고 앞쪽 문 아치에는 운명의 여신 니케의 두상이 있고 뒤쪽 반원형에는 메두사의 상반신 부조물이 있었는데 들어서면 돌로 변해서 문을 들어설 때 고개를 푹 숙여야한다는 속설이 있는데 문으로 들어서지 않고 멀리서 바라만 보았다. 또 다른 곳에 당시 공중목욕탕이 있었는데 아래에는 세계 최초의 수세식 공중 화장실이었다고 했다. 목욕탕에서 나온 따뜻한 물이 수로를 따라 흐르고 구멍 뚫린 돌 위에 앉아 볼일을 보게 만들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가 보았는데 아테네에서 본 것 같이 에페소에도 2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원형 대극장이 있었다.
음악, 연극 상연은 물론 검투사들의 경기도 있었다고 했는데 그곳에서 여러 개의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제일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가 보며 당시의 공연장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원형대극장을 벗어나 또 다시 걸어가니까 멀리 세계 3대 도서관이라고 하는 켈수스 도서관이 보였다. 지금 봐도 너무 훌륭한 건축양식에, 아직까지 이런 형태를 갖추어 남아있다는 것이 다시 봐도 놀랍다. 그 시절에 12,000권의 장서를 보관한 켈수스 도서관에서 내려가는 길은 로마 시대의 연인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가 함께 쇼핑했던 길이라고 했다. 그리고 길 왼쪽은 고급 주택가, 오른쪽은 황제의 신전과 목욕탕 등 각종 상업시설이 있었다고 한다.
터키에서 멋진 도서관을 바라보니 아주 오래전에는 어떤 모습으로 있었을까 상상해 보았다. 당시에도 지식을 향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데 토론하고, 기록하고 보존하고 남기려하는 당시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도서관 마당 오른쪽에 문은 아고라와 도서관의 통로 역할을 하는 문으로 켈수스 본관과 더불어 에베소에서 제일아름다운 건축물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는 원형 경기장, 성모마리아의 집, 헤라클라스의 문까지 그대로 남아있어 비잔틴제국과 헬레니즘을 동시에 경험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잘 보존된 랜드 마크와 건축물을 통해 고대 에페소인의 삶을 엿볼 수 있고 그들의 문화와 삶의 방식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곳곳에서 고양이도 만나고, 조각상도 만나고, 역사도 만나고, 역사를 많이 공부한 사람이든지 아니면 단순히 흥미롭고 교육적인 휴양지를 찾고 있든 상관없이 에페소는 그리스와는 다른 느낌과 풍경을 볼 수 있었는데 깊은 인상을 남겼던 유적지중 한곳이었다. 아무튼 터키여행의 시작인 에페소 여행 일정은 그렇게 뭔가 진지함 속에 깊은 의미를 담고 마무리를 했다.


다시 뱃속에서 긴 시간을 떠나오니까 또 다른 아침이 돌아왔다.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로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는데 꿈속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너무나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에 황홀함 마저 들었다.
항구에 도착하니까 터키 이스탄불에서의 여행이 미지의 세계로 들어선 듯 앞으로의 시간들이 흥미진진한 시간이 될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른 아침에 도착한 이스탄불은 조금 쌀쌀했는데 배에서 내리니까 적당히 따뜻해진 날씨 덕에 한참을 길을 따라 걸었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를 이룬 동서양의 조화를 가진 신비로운 도시 이스탄불은 과거의 흔적과 현대 도시의 모습이 공존하는 도시로 풍부한 역사 때문에 시대를 초월한 매력을 가진 곳인데 이 도시는 여러 고대 제국의 중심점 역할을 했는데 이러한 제국들의 유적지인 수많은 경이로운 건축물들이 아직도 도시의 중심부에 우뚝 서 있다. 그 중에서 놓칠 수 없는 몇 곳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스탄불에서 첫 번째 방문지는 이스탄불 최고의 건축물이자 비잔티움 건축의 세계적인 아야소피아인데 본래 비잔틴 제국 시절 그리스 정교회 예배당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15세기 이후 아야소피아는 오스만 제국이 건설되며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슬람과 기독교가 공존하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건축물로 세월이 흘러 내부의 회칠이 벗겨지면서 다시 본래 예배당 모습이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 특히 눈부신 모자이크 장식이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아야 소피아를 놓칠 수 없어 방문하려고 했는데 이른 아침부터 방문객들로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들어서기도 전에 망막했다. 시간이 많지 않아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그곳을 보기위해 좀 더 기다리기로 했다.
얼마 후 길게 늘어선 줄이 생각보다 차례가 빨리 돌아왔는데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 군밤과 옥수수를 파는 노점상 등 주변을 구경하니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드디어 차례가 되어 신발을 벗고 모스크 안으로 들어서니까 전에 이집트에서 봤던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와 비슷해 보였다.


모스크 안에는 대부분 관광객들로 보였는데 우리가 찾고자 했던 아야 소피아 안에 모자이크 성화가 보이지 않았다. 안내원에게 물으니까 2층에 있는데 오픈하지 않았다고 해서 못내 아쉬웠다.
다시 밖으로 나와 광장으로 향하니까 조금 출출해졌다. 노점상의 군밤이 맛있어 보여 한 봉지 사들고 저편에 보이는 멋진 블루 모스크를 바라보았다.
이스탄불에서 또 다른 상징적인 명소 중 하나인 블루 모스크는 여전히 활발한 예배 장소이며 여행객들은 인상적인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데 시간이 많지 않아 바깥 풍경만 감상하고 또다시 걸었다.
모스크가 있는 광장을 벗어나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실내 시장 중 하나인 그랜드 바자(Grand Bazaar)로 가기 위해 건물들 사이로 걸어 다녔다. 주변은 주로 여행객을 상대로 한 액세서리와 각종의류, 가죽제품, 향신료 매장이 많은데 그곳 역시 흥정은 필수였다.
다양한 구경거리와 인파속에서 조금 지쳐서 택시를 타고 이스탄불의 강남격인 이스티클랄 거리에 내렸다.


약 3개월 전에 이스티클랄 거리에서 폭탄 테러로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는데 뉴스를 보고 여행의 시작부터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우리가 사는 곳곳에 안전한 곳이 어디 있을까, 이번 여행이 일생에서 또 다시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하는 선택에 기로에서 모험을 선택했다.
테러 사건 이후 이스탄불 곳곳은 군인인지 경찰인지 구분이 안 되는 기관단총에 장갑차를 탄 중무장한 요원들이 많이 보이는 보안이 강화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탁심 광장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 그랬나 싶게 평화스럽고 활기차고 이국적이었는데 인파로 물결치는 번화가의 한 골목으로 들어가 보았다. 주변에 맛 집도 많고 볼거리 구경거리가 많았는데 음식사진이 너무나 먹음직스럽게 걸려있는 식당에 들어섰다.


이스탄불에는 좋아할 만한 전통 요리가 많은데 특히 케밥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전형적인 터키 요리는 다양한 스타일과 풍미로 만드는데, 손으로 다지고 갈고 볶은 토마토와 양파 맛부터 향신료가 풍부하게 조화된 케밥까지 다양했다. 대부분의 케밥은 거대한 꼬치에 꽂아 요리한 후 얇게 슬라이스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도시 주변에는 많은 케밥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도시의 뒷골목을 따라 연기 나는 그릴의 냄새를 맡아보면서 맛있는 터키 요리를 즐겼다.
식사를 마치고 또다시 걷고 있었는데 다양한 디저트를 파는 가게들이 보였다. 보기만 해도 달달하고 맛깔스런 디저트 가게 앞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전통적인 터키식 커피 한 잔과 함께 디저트를 음미하며 달콤한 휴식을 즐겼다. 얼마 후 도착한 이스탄불 탁심 광장은 오스만 제국 시대때 물 저장소 자리였다고 했는데 현재는 이스탄불의 주요 관광지로 레스토랑, 상점, 호텔 등이 모여 있는 곳으로 교통의 중심지, 시민들의 약속 장소, 집회나 시위, 쇼핑의 중심지가 되었다.


수년전 정부를 향한 과격한 집회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적이 있었던 곳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은 모두들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무슬림 기도 시간 전에 스피커에서 나오는, 언젠가 영화에서 들은 듯한 특이한 ‘아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자동차 소리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와 뒤섞여 특유의 살아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스탄불은 풍부한 역사, 맛있는 현지요리, 활기찬 에너지가 있는 독특하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했는데 잊지 못할 흥겨운 감동을 선사해준 여행지였다.


글: 유니스 홍, 사진: 브라이언 홍 valley_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