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Santa Barbara

Santa Barbara

쌓였던 일들이 잘 마무리되어 드디어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이번에는 일정을 잡지 않고 무작정 떠난 길이라 더욱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산타바바라는 갈 때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기분이 든다. 산타바바라는 와인과 휴양지로 알려진 우아한 지중해 풍의 작은 도시이다. LA에서 북쪽 방향으로 차로 약 1시간 반 정도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LA와는 전혀 다른 신선한 공기가 느껴진다.
서부 해안 도시들의 대부분이 서쪽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비해 산타바바라는 바다를 남쪽으로 접하고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독특한 지형 덕분에 바다는 잔잔하고 기후는 온화하며, 건조하고 따뜻한 맑은 날씨와 함께 건축양식도 남유럽 분위기인 산타바바라는 휴양도시답게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 무작정 떠나 산타바바라 도시 한복판에 차를 세워두고 거리를 걸어 다녔다. 여기가 지중해의 어느 마을이던가? 애플 스토어도, 스타벅스도 모두 스페인 풍의 상가에서 조용하게 영업 중인데 건물분위기에 맞춰 튀지 않는 사인이 있는 각종 브랜드가 넘치는 작은 도시지만 있을 거 다 있는 산타바바라에서 제대로 쇼핑하려면 하루가 짧을 것 같았다. 거리를 걷다가 호텔인지 상가인지 구분이 안 되는 고급스런 흰 스패니쉬 풍 건물의 마켓플레이스가 보였다. 안으로 들어서니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였다.
올게닉 푸드가 대세인 요즘 트랜드에 맞춘 식당 부스들이 보이고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밖으로 나와 걸어 다니다가 마주한 높은 종탑이 보이는 곳 가까이 가 보았다.
법원인지, 박물관인지 구분이 안 되는 그 건물은 Santa Barbara County Courthouse였다. 역시 그곳도 스페인의 냄새가 물신 풍기는 건물로 된 법원, 외관부터 실내까지 법원이라고는 믿기 힘든 인테리어를 보여주었다. 입구에 사람들이 그냥 지나가지 않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곳이 포토존인 것 같았다. 법원 안으로 들어서는 복도도 멋있고 운치 있었는데 괜히 엄숙해지면서 멋진 박물관을 보는 느낌이었다. 산타바바라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꼭 들러서 사진을 남기는 곳이기도 한 4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유명한 뷰 포인트가 유명해서 건물 안 곳곳을 먼저 보지 않고 입구에 마법의 문 같은 문양이 그려져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타워의 맨 꼭대기로 올라가 보았다. 4층까지 길지 않은 시간에 조금 덜덜거리는 느낌의 약간의 불안정한 속도로 올라간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밝고 환한 시계탑 꼭대기 옥상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산타바바라의 360도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시야에 들어온 대부분의 건물은 흰 벽에 빨간 기와지붕을 올린 아름다운 도시의 전경을 볼 수 있었다. 저 멀리 해안가의 키 큰 팜츄리 나무 너머로 안개가 드리워진 바다와 피어가 보였는데 바라보는 방향마다 파노라마로 사진을 찍었다.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고 공기 좋은 산에 오른 기분을 만끽하고 한참 만에 내려갔다.
뷰 포인트는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내려다보이는 거리의 뷰가 모두 달랐다. 전망대 건물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찍은 사진의 풍경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보였는데 먼 산과 하얀 건물 그리고 빨간 지붕이 먼 나라 여행을 즐기는 착각이 들었다. 바다가 보이는 전망도 역시 인기가 많은듯 사람들이 한참 서서 사진을 찍었다.
내려갈 때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했다. 내려가는 계단 옆에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종이 보였는데 시간에 맞춰 울리기도 해서 신기해 보였다. 종이 보이는 곳을 지나 맨 아래층으로 가는 계단과 벽이 모자이크 타일로 되어있으며 이국적이고 화려해보였다. 그리고 맨 아래층에 도달해서 돔 형태 건축양식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 속에 보이는 배경이 색다른 이국적인 포토존을 연출했다.
맨 아래층에 있는 무겁고 커다란 문이 보이는 룸에 들어서니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세트장 같아 보였지만 실제 재판이 열리는 재판소라고 한다. 재판소 내부 거의 전체에 그려진 벽화는 재판정 입구까지 3면을 완전히 채우고 있는데 산타바바라의 주요 역사를 소재로 그린 것 같았다. 재판소에서 본 광경을 보면서 법이 집행되는 장면이 연상되기도 했는데 룸에 머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복도 곳곳의 화분이 놓여있고 법원이라는 장소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천정에 달려있는 전등이 법원의 딱딱함을 유연하게 풀어주는 느낌을 주었다.
건물 내부 구경을 마친 후 밖으로 나오니 중세시대 유럽의 궁전이 연상되는 빨간 장미와 잘 어울리는 정원에서 CF를 촬영하는지 여러 명의 스탭이 사진을 촬영하였고 잔디에서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보니 사람들은 모두가 이곳이 법원이라는 것을 잊은 것 같았다.
법원이라는 곳은 평생 갈일이 없는 게 제일 좋지만 이곳 산타바바라의 법원은 꼭 한 번 가볼만 한 곳이다. 물론, 관광으로.
아무튼 잠시 방문했던 법원이라는 장소에서 색다른 감동을 느껴보았다. 산타바바라 법원은 법원이라는 딱딱한 이미지 대신 아름다운 건축 양식을 뽐내며, 현재까지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 받고 있는 것 같다.
법원을 벗어나 몇 블락 차를 타고 이전에 중후한 분위기와 상반되는 장소, 모든 연령층의 가족과 호기심에 찬 산타바바라의 가장 새로운 곳이라는 핫 플레이스로 이동했다.

새로운 핫플레이스는 MOXI 뮤지엄으로 Stearns Wharf 피어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모던한 흰 건물에 MOXI라는 사인이 보여 입구를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입구에는 특이한 조형물과 아트 전시물들이 보였고 아이들이 재미있게 뭔가에 몰두하는 모습이 보였다.
MOXI(The Wolf Museum of Exploration + Innovation)는 Santa Barbara의 최신 과학박물관 및 실습 센터로서 과학과 창의력에 대한 대화식 경험을 통해 학습을 자극하는 곳으로 호기심에 찬 가족을 위한 모든 대상 모든 연령대의 산타바바라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도약의 장을 마련하였다.
2017년 2월에 오픈한 이곳에서 즐기는 놀이가 단순한 놀이로 그치지 않고 미래 교육의 시작을 의미하는 장소로 보였다. 각 곳에 다양하게 판타스틱 포스 마당, 스피드 트랙, 양방향 미디어 트랙 등으로 놀이를 즐기면서 탐구하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교육의 현장에 온듯했다.
부모와 함께 이곳에서 놀이를 즐기고 감상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고 손주들과 함께 온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모습도 보였다.
건물 밖으로 보이는 넓은 공간에 3층 높이로 된 유리 천정을 향해 올리는 도구로 중력, 자력, 추진력, 구심력, 자기장의 힘 등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속도에 대한 필요성을 충족해주는 모바일 게임을 체험하면서 신체와 뇌의 활동을 느끼게 된다. 이곳에서 경험하는 체험은 미래과학을 체험할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새로운 미디어 아트 및 기술의 회전식 디스플레이를 특징으로 하는 Interactive Media Theatre로서 지역 예술가, 교육자 및 과학자와 협력하여 설계된 광범위한 디지털 아트 전시장이다.
어두운 방에 낙엽 같은 물체에 손을 댈 때마다 각양각색으로 변화되어 보이는 디지탈 아트를 경험하게 된다. MOXI는 처음에는 구세대 같은 나에게는 너무나 낯설고 뭐가 뭔지 모르고 접하게 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곳에서 우리에게 주변 세계에 대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곳 같았다. 3층에는 과학, 기술, 공학, 예술 및 수학과 관련된 7가지 테마로 구성된 대화 형 경험이 가득한데 MOXI에서 보낸 하루는 새로운 볼거리, 새로운 접근 방식, 해결해야 할 새로운 도전 과제 및 발견 할 수 있는 새로운 발견사항으로 방문 할 때마다 다르다고한다.
급변하고 다양화되는 요즘시대를 따라가기 벅찰 때 세대 차이를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따라잡지 못한다고 해도 관심을 갖고 접근하면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어느새 시대와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것 같다. MOXI 건물 맨 위쪽으로 올라가 보았다. 하늘정원이라는 옥상이름이 어울리게 파란 하늘에 주홍색 파라솔이 상쾌하게 보였다. 이곳에서 산에서 바다까지 산타바바라의 숨 막히는 전경을 즐길 수 있었는데 곳곳에 전시물 같은 물체들이 서있었고 하나하나 모두 새롭고 흥미로웠다. 풍력, 태양,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물체들 그리고 먼 거리에서 소통할 수 있는 커다란 스피커형 모형, 피아노처럼 생긴 태양열 전시물, 타워처럼 보이는 장소 안에 들어가서 다섯 가지 다른 관찰 범위의 렌즈를 통해 도시를 조금씩 다르게 볼 수 있다.

옥상에서 펼쳐진 신기한 전시물들과 함께 동화 되서 즐기니까 즐거움과 독창적, 창의력이 생성되는 학습 경험을 체험하게 되는 것 같았다. MOXI에서 체험한 것들을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 같다. 직접 방문해서 느껴야 알 것 같은 새롭고, 아무튼 미래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이곳은 무한한 즐거움과 발견을 주는 곳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으로 만끽한 MOXI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밖으로 나와 몇 분 걸으니까 바다가 손에 잡힐 듯 보였다. 오래전 추억이 깃든 Stearns Wharf 피어에서 보낸 시간이 또 다른 추억이 되었다. 샌프란시스코에 Fisherman’s Wharf가 있다면 산타바바라에는 Stearns Wharf 가 있다. 차이가 있다면 Stearns Wharf가 더 깨끗하고 고즈넉 한 것 같다.

글 : 유니스 홍, 사진: 브라이언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