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글렌데일 그레이스 교회 담임목사 정광욱 칼럼

글렌데일 그레이스 교회 담임목사 정광욱 칼럼

지금 할 수 있는 일만 생각

‘스티븐 호킹’하면 우리 시대 최고의 물리학자라는 사실에 아무도 의문을 표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세 가지 정도인듯 합니다. 약간 고개를 숙이며 앉아 있는 휠체어, 게임 조정기 같은 손잡이 그리고 로봇 목소리.
호킹 박사가 움직일 수 있는 신체는 왼쪽 손가락 두개와 얼굴 근육 일부분 뿐이며, 기관지 수술 후 목소리마저 잃었습니다. 하지만 그도 건장한 몸을 가진 청년이었습니다. 옥스포드 대학과정을 3년 만에 마쳤습니다. 약관 20살에 케임브리지 대학 박사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캠브리지 대학의 상징인 조정 선수로 활약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 별다른 이유 없이 자꾸 넘어집니다. 병원에서 진단 받은 병명은 그때까지만 해도 생소한 류게릭병이었습니다. 운동 신경 세포들이 손상되어 팔다리 근육이 마르게 되는 병으로, 팔다리가 지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움직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결국 말이 우둔해집니다. 음식 삼키기도 힘들고 숨쉬기가 어려운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 식사를 해야 하고 호흡도 호흡기에 의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악조건 가운데서 호킹 박사는 23살 때 박사 학위를 받습니다. 우주에 대한 연구를 한 학위 논문 내용으로 ‘제2의 아인슈타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호킹 박사에게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박사님에게 루게릭 병이 아니었더라도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요.’
호킹 박사는 “내가 루게릭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읽고 쓰는 일에 지금같이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대신 강의하고 시험점수 매기느라 연구를 제대로 못했을 것이니까, 결국 병이 나를 이론 물리학자로 만든 셈이 아닐까요” 라고 대답했다 합니다.
육체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잃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그에게 희망이 있었을까요?
놀랍게도 그는, 지금이 이전보다 더 행복하다고, 나는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으로 집행 유예 기간에 있으니까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고 말합니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으면 어떤 기분인가 라는 질문에 호킹 박사는, “가능한 한 정상적으로 살려고 애쓰고 내 상태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실제로는 못하는 일도 별로 없다” 고 대답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원망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고 그 일을 하는 위대한 여유를 봅니다. 이런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호킹은 몸의 상태가 악화되어 갈수록 명성이 더 높아져 갔습니다.
지금 우리는 전대미문의 어려움 가운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절은 변함없이 바뀌어서 감사와 성탄의 시즌이 돌아 왔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일 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우리에게 삶이 있고 감당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할 수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거나 없는 것을 기대하기보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다짐하는 시간이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정광욱 목사